놀고 앉았네 ⑱ 기상청, ‘동서남북’ 순서도 모르는가?
삼국지연의에서 첫손에 꼽을만한 극적인 부분은 적벽대전일 게다.
그 중에서도 절정은 단연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부르는 대목 아닐까 싶고.
조조가 연환계로 배들을 한데 얽어매는 것을 본 장강 남쪽의 오-촉연합군은 화공으로 공격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슬로 연결된 배들은 화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조조 진영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무릇 화공법을 쓰려면 바람의 힘을 빌어야만 하는 것인데, 지금은 한겨울이요. 서풍과 북풍은 불어도 동풍, 남풍은 불지 않소.”
그래서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르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 일기예보를 듣노라면 ‘남동풍’이라 한다.
북동풍, 북서풍, 남서풍도 들린다.
그게 무슨 대수로운 차이냐고?
언어마다 각각의 속성이 있다.
우리는 사방을 동서남북이라 한다.
‘동서’가 앞서고 ‘남북’이 뒤따른다.
그래서 팔방을 이를 때는 동남, 동북, 서남, 서북을 더하게 된다.
영어는 north, south, east, west라 한다.
‘north, south’가 앞서고 ‘east, west’가 뒤따른다.
그러니 간방은 northeast, northwest, southeast, southwest가 된다.
아시아 지역을 이를 때 우리는 동남아, 동북아, 서남아라 한다.
영어는 Southeast Asia, Northeast Asia, Southwest Asia라 하고.
풍향도 마찬가지다.
저들이 southeast wind로 쓴다고 해서 이를 ‘남동풍’이라 직역한다면 무식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우리말 속성에 따라 ‘동남풍’으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 어법을 훼손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상청은 그런 걸 인식하지 못하는가 보다.
서구의 기상학을 배우다 보니 서구적 사고와 관행을 따르게 된 것인가?
그렇기로니 우리말 동서남북의 순서를 모르지는 않을 터.
“기상청 얘들아, 바람의 방향, 이제부터라도 순서를 가려 제대로 표기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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