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앉았네 <25> 시집 가서 “아빠님”, “엄마님” 부르지는 않으렷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와 국어국문학자료사전은 ‘호칭어’ 항목을 공유하는데, 그 중 ‘부모’에 대하여는 이리 적었다.
“친부모는 ‘아버지․어머니’, 시부모는 ‘아버님․어머님’이라 한다.
사후에는 친부모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한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낯이 뜨거워진 적이 있었다.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들 나이로 보이는 여자가 “아빠, 엄마”라 부르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는 궁금증 하나, “시부모는 어찌 부르시나?”
설마하니 “아빠님, 엄마님” 하고 부르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친정에서는 “아빠, 엄마” 하고, 시집에서는 “아버님, 어머님” 하려나?
‘단세포적’으로 보이는 여자 치고는 거 참 복잡하게도 산다.
조항범 교수(충북대 국어국문학과)는 저서 ‘그런, 우리말은 없다’에서 ‘아빠’에 대해 이리 풀고 있다.
“옛 문헌을 보면 ‘父(부)’를 가리키는 단어로 ‘아비, 아바, 아바님’ 등이 보인다. ‘아비, 아바’는 평칭으로 전자는 지칭어이고, 후자는 호칭어이다
‘아바’는 --- 20세기를 넘어서면 ‘압바’로 형태를 약간 바꾼다. --- ‘母(모)’의 ‘어마’에 ‘ㅁ’이 첨가되어 ‘엄마’로 변하듯, ‘아바’에 ‘ㅂ’이 첨가되어 ‘압바’로 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물론 ‘아바’는 20세기를 넘어서면 ‘아빠’로도 나온다.
그런데 ‘아빠’는 1960년대만 해도 자유롭게 쓰이던 호칭어가 아니었다. 어린아이에게도 ‘어른스러움’을 강조하던 시기였으므로,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아빠’와 같은 유아어보다는 ‘아버지’와 같은 어른스러운 말을 강요하였기 때문이다.
‘아빠’가 많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 1970년대 이후로 --- 지금은 세력이 너무 커져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청년층까지도 이 호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철들 나이가 되면 자기 아버지는 ‘아빠’도 ‘아버님’도 아닌 ‘아버지’로 불러야 하고, 만약 돌아가셨을 경우에는 ‘아버님’으로 불러야 한다. 이런 구별도 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철부지다.”
저 조항범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여자는 이리 묘사된다.
“낫살이나 들어서도 ‘유아어’를 쓰는 ‘철부지’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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