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앉았네 <23> 상사, 선배의 부인은 마님? 부인? 여사? 사모님!
우리 사회는 사람 사이의 關係를 확실하게 적시하고 있다.
이 점은 관계를 나타내는 용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글은 부자, 모녀, 고부, 형제, 자매, 사제, 임직원, 선후배와 같이 거의 모든 관계가 한 단어로 표현된다.
반면에 영어는, 형제나 자매를 표시하는 단어가 있을 뿐, 나머지는 등위접속사 and가 들어가는 명사구를 쓰고 있다.
<3월 포스팅 참조>
놀고 앉았네 ⑰ Friends의 적절한 의역, ‘이웃’ 아닐까?
그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이니 상대방에 따라 호칭도 매우 복잡하다.
그 호칭이 시대가 변화하면서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부간의 호칭도 곡절을 겪지만, 사회생활 관계에 따른 호칭도 그러하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직업과 관련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다.
직장인은 상사를 모시게 되고,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상급기관처럼 모시는 거래처를 두게 된다.
그러다보니 상사 등의 부인도 마주할 기회가 적지 않은 터에, 도대체 뭐라 불러야 하지?
그런가 하면, 학교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선후배 관계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 연장선에서 선배의 부인을 접할 기회 또한 흔해졌는데, 이 선배의 부인은 또 뭐라 불러야 하나?
마님은 왕조시대에 “지체가 높은 집안의 부인을 높여서 이르는 말”로서 이제는 용도가 폐기됐다.
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지만, 친구나 후배의 부인에 대한 ‘지칭어’로 사용 영역이 줄어들었다.
女史는 “결혼한 여자나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나, ‘호칭어’로는 성씨를 앞에 붙여 동년배 여자를 부를 때처럼 제한적으로 쓰이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인과 여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결국 ‘사모님’으로 낙착이 된 것 같다.
師母라는 한자어 표기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스승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었다.
이를 확대하여 사전은 “남의 부인,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일견, 국립국어원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윗사람의 부인”에 국한해야지, “남의 부인”까지 적용하기는 무리 아닐까?
후배나 하급자의 부인은 차치하고, 친구나 동료의 부인도 “사모님”으로 부르라는 얘기냐고 묻고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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