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같은 존재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집에서 소금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집에서 부모님 염색까지 해드리니 하는 말이다.
내가 집에서 머리염색을 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 됐는데 이제는 당연히 염색은 내가 하는 것으로 됐다.
염색을 직접 하게 된 동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매번 미용실이나 이발소에 가는 것을 부모님이 귀찮아하시는 걸 보고 내가 해보겠다 한 게 아닌가 싶다.
염색을 직접 하기로 하고서는 먼저 미용재료상을 갔었다.
그리고 염색용기와 염색용 솔, 염색할 때 입을 가운 등을 구입했다.
염색을 하는 법은 미용실에서 미용사들이 하는 걸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흉내를 내보았다.
순전히 독학인 것이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내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셨다.
그러면서 나는 차츰 집에서 염색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온 결과 흰머리 염색에 있어서는 이제는 어느덧 거의 프로의 수준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염색약도 몇 번의 변화가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7-8분이면 염색이 된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업소용으로 저렴하게 구입해서 쓰고 있다.
일단 염색약을 배합하기 시작면서부터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
염색약을 바른 후에는 매번 내가 이제 됐다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신다.
염색을 할 때에는 우선 귀밑머리부터 해야 한다.
예전에 미용재료상에서 정수리부분은 제일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경험상 내 생각은 다르다.
젊은 사람들이 색깔염색을 할 때에는 그럴지 몰라도 이미 백발의 머리카락은 오히려 정수리부분이 더 늦게 염색이 되는 거 같다.
그래서 난 늘 귀밑머리를 먼저 하고 다음에 정수리부분부터 염색을 한다.
집에서 염색을 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머리를 직접 감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염색약을 바른 후 미용실 의자에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대신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그런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것 같다.
오늘도 아빠의 머리를 염색해드렸다.
그리고 늘 그렇듯 흰 머리가 사라진 모습에 아빠는 뿌듯해하셨다.
결국 난 미용실까지 오가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전속미용사요,
수만원에 달하는 염색비를 절약해주는 복덩어리요,
흰 머리를 검은 머리로 바꾸어 세월을 되돌려주는 마술사다.
그러니 어찌 내가 소금같은 존재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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