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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에스컬레이터

code999

Published: 19 May 2018 › Updated: 19 May 2018공포의 에스컬레이터

공포의 에스컬레이터

마트에 가면 가끔 꼭 사려던 걸 빼놓을 때가 있다.
오늘도 계산을 마치고 올라오다 뒤늦게야 생각난 게 있었다.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내가 혼자 재빨리 갔다오겠다 하고 내려갔었다.

하행선

지하매장으로 내려가는데 에스컬레이터 끝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앞에 있던 카트가 못 나가면서 뒤의 카트들이 줄줄이 밀리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나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 우왕좌왕하다가 극적으로 앞의 카트들이 빠져나가는 순간을 틈 타 에스컬레이터 옆의 안전대 사이 좁은 통로로 내 몸 하나만 급하게 빼냈다.

짧은 순간 정신 없이 벌어진 일이라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살펴보니 내 앞에 밀린 카트가 총 3개, 유모차 1개가 있었고 그 다음이 나였다.

카트주인들도 잠시 정신을 수습하더니 이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는데 사건의 발단이 된 첫번째 카트가 문제였다.
첫번째 카트만 어린 아이가 혼자서 밀고 내려온 것이었다.
아이가 혼자서 무거운 카트를 밀려니 힘이 부족해 나가지 않으면서 이 사달이 난 거 같았다.

카트들이 어찌나 엉켰던지 에스컬레이터에서 벗어난 후에도 아이의 카트와 다른 카트는 딱 붙어 있었다.
두 부부가 일제히 아이에게 너네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도 도대체 아이를 혼자 보낸 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놀란 가슴도 진정시킬 겸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봤는데 아이 할머니만 와서는 아이가 그냥 혼자 내려온 거고 아이 엄마는 같이 오긴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 그 카트 사이에 끼인 사람들은 적어도 곳곳에 타박상 정도는 입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쨌든 난 아무런 접촉이 없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생각하고 계속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싶어 빨리 사야 할 것들을 사고 다시 올라갔다.

상행선

그런데 참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이번에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앞의 카트가 못 나가면서 모두 세 개의 카트가 밀리고 밀렸는데 그 다음이 또 나였다.
이번에는 안전대 옆으로 빠져나갈 통로도 없었다.
앞의 카트를 끌던 사람들이 비명 비슷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밑의 레일은 계속 돌아가고 앞은 막혀있으니 그냥 런닝머신에 올라선 것처럼 발만 계속 굴리고 있는 거 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어떻게 수습이 된 건지도 모르게 갑자기 카트들이 나가서 겨우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카트주인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시작됐다.
모두 총 3개의 카트가 엉켰는데 공교롭게도 3개의 카트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서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니 정말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아이들은 작으니까 아마 여기저기 부딪친 거 같았다.
머리를 감싸쥐고 우는 아이도 있고 그냥 엄마 옷을 붙들고 늘어지며 우는 아이도 있었다.

난 또다시 넋을 놓고 잠시 동안 바라보면서 이번에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순간 굉장히 긴박했고 이런 일로 사람들이 적잖이 다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나마 난 카트 없이 몸만 움직여서 다행이었던 거 같다.
나도 만약 카트를 밀고 있었더라면 저 시시비비의 현장에 꼼짝 없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아이가 울고 있는데 모른 척 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다행히 두번 모두 내 뒤에는 사람이 없었나 보다.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두번의 사고(?)로 언성을 높이던 사람들 중 누구도 내가 그들 뒤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
경황이 없는 사람들 틈에서 난 왠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그냥 나 혼자 놀라고 나 혼자 진정시키고 온 건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 이상한 말이 순간 떠오를 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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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에서 카트를 밀 때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안전카트운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두들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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