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은 무섭다
밤이 되면 엄마와 동네를 한바퀴씩 산책하곤 한다.
오늘도 나가려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심코 차키를 집어들었다.
신발을 신다가 왜 차키를 가져가냐는 엄마의 말에 깜짝 놀라 차키를 내려놓았다.
습관은 참 무섭다.
몇년 전 큰이모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큰이모가 살아계실 때 무슨 일만 생기면 큰이모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곤 하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꽤 됐기 때문에 내 생각에 큰이모는 엄마에게 엄마같은 존재였던 거 같다.
엄마는 아주 사소한 것도 무조건 큰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셨는데 그럴 때마다 큰이모를 만물박사쯤으로 여기는 엄마가 못마땅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큰이모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전화로 전해들었을 때 엄마가 얼마나 슬프고 황망하셨을까.
늘 습관적으로 큰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던 엄마는 큰이모 장례식장에 가려다 또 무의식적으로 큰이모에게 전화를 걸으셨다.
큰이모 장례식장이 어디쯤이냐고 물어보려고.
그리고 엄마는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라 전화를 끊고 어쩔줄 몰라 하셨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난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작년의 일이다.
엄마가 보름 가량 병원에 입원을 하신 일이 있다.
우리는 번갈아 엄마 병원에서 간병을 하며 잤는데 내가 집에 있는 날 설거지를 하다가 난 또 습관적인 행동을 했었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도 자연스레 각각의 구역이 나뉘어지는 거 같다.
엄마가 늘 즐겨앉는 소파가 있어서 난 그 자리를 엄마자리라 부르는데 설거지를 하려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빈 그릇을 가져오다 보면 꼭 엄마자리까지 가게 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가 병원에 계시니 그 자리에 빈 그릇이 있을 리 없는데 난 엄마가 퇴원하실 때까지 설거지를 할 때마다 늘 엄마자리를 습관적으로 기웃거려야 했다.
그리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잠시 입원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엄마의 빈 자리가 유독 쓸쓸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곤 했었다.
역시 몸과 머리에 단단히 각인이 된 습관은 무섭다.
그리고 그러한 습관이 상실감과 이어질 때가 두렵다.
그것도 사람의 상실감과 이어지는 게 가장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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