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999 avatar

버스 나들이

code999

Published: 05 Jun 2018 › Updated: 05 Jun 2018버스 나들이

버스 나들이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언제부턴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데 내가 무슨 갑부라 그런 건 전혀 아니고 늘 다니는 곳만 다니다 보니 활동반경이 좁아서 그런 것뿐이다.
사실 난 정말 서민 중에도 으뜸(?)서민이다.

그런데 오늘 엄마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탈 일이 생겼다.
엄마는 나보다 더 버스를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둘은 버스를 타기 전부터 살짝 긴장을 했다.

일단 버스를 탈 때 단말기에 전화기를 갖다대는 것부터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 잘 안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만일을 위해 현금을 꺼내 들고 있기로 했는데 또 버스비가 얼마인지를 모르겠어서 일단 4천원을 꺼내서 쥐고 있었다.

엄마는 아주 오래전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줌마 간첩이에요?'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주눅이 들었다.
우리는 혹시라도 간첩으로 오인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천원을 들고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옆에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어찌나 창피하던지..그런데 그 대학생들도 정확히는 몰라서 서로 계속 물어보더니 대략 1300원 안팎일 거라고 했다.
오호! 저 사람들도 간첩인가.

van-307852__340.png

버스가 오니 엄마가 전화기를 나한테 주셨다.
단말기에 댈 줄 모르니 나보고 대라는 것이다.
내 전화기 대는 것만으로도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졸지에 전화기 2개를 들게 됐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단말기에 댔더니 내 전화기는 되는데 엄마 전화기는 안 됐다.
역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기사아저씨에게 하나가 안 된다고 하니 한번 더 찍으라고 하셔서 다시 했는데 뭔가 찜찜했다.
몇 번이나 결제된 건 아닌지 불안했다.

엄마가 지정해준 빈 자리에 앉아서 티머니부터 확인을 했다.
난 서민 중의 서민이니까.
다행히 결제는 2명 분만 됐다.

그리곤 첫번째 신호대기에 서자 건너편에 앉아계시던 엄마가 자리를 바꾸자는 것이다.
'니 자리가 더 편해보인다. 여긴 너무 불편해'
비틀거리면서 부득불 자리를 바꿨는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았다.
무슨 비행기 비즈니스석도 아닌데 도대체 좌석의 앞뒤 간격은 왜 이렇게 넓은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팔걸이 손잡이는 의자랑 같은 높이에 오른쪽 하나만 있으니 코너를 돌거나 정지했다 출발할 때마다 몸의 중심을 잡는 게 힘들어서 계속 온 몸에 힘을 주고 가야만 했다.
버스가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었는데 왜 이렇게 됐나 싶었다.

그래도 모처럼 창밖을 보면서 즐기려 하는데 내 뒤에 있던 아이가 자꾸만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내 귀 가까이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오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아이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내 머리를 만졌다.
속으로만 '이 놈의 자식, 손 안 치워' 를 되풀이했다.

내릴 때 단말기에 다시 전화기를 대는 것도 역시 한번에 되지 않았다.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다시 대도 또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결국 세번만에 성공해서 내렸는데 내릴 때 왜 단말기에 다시 대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가끔 버스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버스를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버스 나들이 끝~~~

Leave 버스 나들이 to:

Written by

Read more #kr posts


Best Posts From code999

We have not curated any of code999's posts yet. But you can encourage our curation team to review posts by visiting them regularly and by referring other readers. Because we give priority to frequently read content.

More Posts From code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