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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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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2 May 2018 › Updated: 22 May 2018지붕 없는 집

지붕 없는 집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을 대체로 인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네팔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처님의 탄생지가 어디든 부처님 하면 인도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인도는 내가 가본 몇 안 되는 나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나라다.

인도 아그라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을 때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정말 살을 바짝바짝 태워버릴 것 같은 한낮의 태양이 지고 나면 게스트하우스 루프레스토랑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여행자로서의 호사를 누리곤 했다.
루프레스토랑은 늘 우리 외에는 모두 유럽에서 온 여행객들뿐이었다.

인도음악은 시내 곳곳에서 들려오는데 인도노래 특유의 멜로디는 참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 날도 어디선가 인도노래가 들려왔다.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요란하게 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어느 집에선가 틀어놓은, 그것도 오래된 라디오에서나 들려올 법한 느낌의 노래였다.
그 노랫소리가 루프레스토랑에까지 퍼져와 나같은 여행자의 마음을 은근히 설레이게 하고 있었다.

해는 서서히 지고 모든 것이 완벽한 초저녁이었다.

그때 맞은편에 있던 어떤 집을 보게 됐는데 그 전까지는 그 집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노인이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움직이는 그 노인이 눈에 띈 것뿐이었다.

하체만 작은 속옷으로 가린 어떤 깡마른 노인이 사방이 무너진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말이 샤워지 물을 담아놓은 어떤 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서 몸에다 끼얹는 수준이었다.

그제서야 다 쓰러져가는 그 건물이 그 노인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건물이 집이라는 걸 몰랐던 건 그 건물에는 놀랍게도 지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사방의 벽도 곳곳이 스러져 언뜻 보면 잔해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몇 차례 물을 끼얹는 것으로 샤워를 끝낸 노인은 고단해 보이는 몸을 그 지붕 뚫린 집 바닥에 눕혔다.
그리곤 피곤에 절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것 같았다.

지붕이 없는 탓에 이 모든 과정을 여과없이 고스란히 보게 된 우리는 너무나도 놀라운 그 광경에 실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연신 혀를 차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이어야 할 집이 지붕조차 없이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그 노인의 삶이 짐작조차 하기 힘들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멀리서 나지막하게 들려오던 인도노래와 흥청대던 루프레스토랑, 그리고 목욕물을 끼얹던 그 깡마른 노인은 하나의 모순된 조화를 이루면서 인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 중 하나이다.

그 날 내가 있던 루프레스토랑과 노인의 집 사이에 있던 좁은 골목길은, 여행자와 노인 사이의 삶의 거리 만큼이나 멀게 느껴졌었다.
세상의 모든 반대되는 것을 가르는 일종의 경계선처럼.

여행은 사람을 겸손하게 해준다.
그리고 사는 것은 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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