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02 May 2018 › Updated: 02 May 2018

이방인 시편 마비
이방인 시편
마비
장성호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젊은 사내가 길에서 분홍빛 얼굴의 한 여자에 빠져있다
그는 그녀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가슴은 불길처럼 타오른다
그는 매일 그녀를 찾아와 말과 살을 섞는다
초여름이 오기도 전
그녀의 붉은 입술은 핏기 없이 식어만 간다
그녀는 화장으로 애써 슬픔을 감춘다
얼굴엔 지난 흔적만 남고 파편처럼 부서지고 있다
그 사내는 손바닥을 툭툭 털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근처에서 그녀를 남몰래 흠모하던 한 이방인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의 가슴은 밀랍처럼 마비된다
그녀는 마른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그의 가슴에
말없이 묻는다
누렇게 마른 영산홍 꽃잎
이젠 그 곁에서 바스럭거리고 있다
숲 속에 이은미의 노래 '마비'가 구슬프게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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