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에서 밤수영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다. 지인 집에 묵을 수 있어서 숙박비를 아끼고, 항공기와 렌트카 이용비용에 약간의 식비만 더 들여 실속있게 다녀올 수 있었다.
숙소는 함덕해수욕장과 가까웠지만 해수욕 계획은 전혀 없없다. 이 폭염에 그늘 하나 없는 모래사장을 떠올리기만해도 숨이 턱 막혀서 수영복조차 챙기지 않았으니까.
첫 날 저녁을 먹고 밤산책을 나갔는데, 해수욕장에 불이 환하게 밝고, 아직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함덕해수욕장은 밤 9시까지 물놀이 가능한 해수욕장이었던 것이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델문도’라는 뷰가 끝내주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었다. 지난 번 여행에서 낮에 카페에 들러 그 아래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찍은 적 있었는데, 이번엔 밤에 모래사장에서 위로 보이는 카페를 찍어보았다. 조명을 밝힌 카페가 밤바다를 더욱 낭만적으로 수 놓았다. 음료나 베이커리의 맛은 so so
다음 날 제주 시내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날 약속을 잡고 함께 밤수영에 도전했다. 얼마 간 제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는 대형 홍학 튜브와 그늘막, 수건 등을 바리바리 준비해왔다. 난 그저 여벌의 옷가지만 챙겼다 흔쾌히 내 숙소 근처까지 만나러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참 인복 많은 나:-)
저녁 6시 반 쯤 해가 저물 때 물에 들어가니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특히 많았다. 해안이 U자 형으로 안정감이 드는 구조에 파도가 세지 않고 물도 얕아서 어린이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그런 듯.
핫핑크 홍학튜브에 매달리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며 물놀이를 즐겼다. 때로는 석양이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눕듯이 온몸에 힘을 빼고 동동 떠다니기도 했다. 두 귀가 반 이상 물에 잠기자 이 세상 볼륨이 일시에 꺼진 듯 고요해졌고, 잠시 넓은바다에 나만 혼자인 듯 평온한 느낌으로 행복해졌다.
중간에 해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리며 쉬었다가 여덟 시 넘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많이 빠졌는데, 밀물에 수위는 차올라 좀 더 깊고 시원한 물에서 수영할 수 있었다.
하늘이 맑았으면 달빛 아래 수영했을텐데 아쉬움이 들었지만, 달보다 밝은 조명에 반사된 에메랄드색 물빛이 영롱했던 쿨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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