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93] 일본은 입주 첫날부터 집 사진을 찍는다
일본에서 집에 입주하면 짐을 푸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집 안 곳곳의 흠집을 확인하는 것이다.
관리회사에서 종이 체크리스트나 전용 앱을 통해 벽지, 바닥, 문, 창틀 등의 흠집을 사진과 함께 기록하도록 안내한다.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퇴실할 때 원래 있던 흠집인지, 입주 후 생긴 흠집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절차라고 한다.
나 역시 처음이라 어디를 봐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에서 먼저 생활하고 있는 지인이 함께 봐주며 “여기도 찍어 두는 게 좋다”, “이 정도도 기록해 두자” 하고 알려준 덕분에 빠뜨리지 않고 체크할 수 있었다. (빠뜨린 게 없을까?)
조금 귀찮기는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중에 퇴실할 때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꽤 합리적인 제도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도 원상복구 의무는 있지만 작은 생활 흠집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반면 일본은 입주부터 퇴실까지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겨 서로를 보호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런 사소한 절차 하나에서도 일본의 꼼꼼한 생활 문화를 또 하나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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