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일상#889] 낯선 곳에서의 낯섦이 또 새삼 낯선 시간
아직 이사를 마친 것도 아니다.
짐도 다 옮기지 않았고, 잠시 들러 이 공간에서 처음 저녁을 맞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오늘은 모든 것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창밖의 풍경도, 익숙하지 않은 소리도, 아직 주인을 기다리는 듯한 빈 공간도.
생각해 보면 삶은 늘 두 가지 불편함 사이를 오가는 것 같다.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와, 새로움에서 오는 낯섦.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의 나는 익숙함보다 낯섦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듣고, 새로운 생활을 배워가는 시간들.
매일 작은 것 하나에도 생각이 필요하고, 사소한 일에도 조금의, 아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언젠가는 이 집도, 이 동네도, 지금의 어색함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겠지.
그리고 또 언젠가는 평온하고 익숙한 하루를 보내며, 오늘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이 저녁을 문득 그리워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낯섦도 천천히 지나가게 두려 한다.
언젠가 돌아보면, 오늘의 이 시간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될 시작이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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