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재평가의 시대, 그 주인공은 우리들.
지금은 모른다, 우리가 이 시절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천만 영화라고, 좀비 영화라고 밀어냈었는데, 개봉 당시에 봤어도 몰랐을 것이 지금에는 보인다.
<부산행> 개봉 당시에 스크린 앞에 앉았던 사람들, 나 같이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 본 사람들, 그로 인해 느끼는 것이 지금에서는 다를 것 같다.
그래, 이 영화는 좀비를 걷어낼 수는 없지만 조금 걷어 보면 우리들이라는 인간들, 사람들이 떠오른다. 물리적인 객차의 칸막이에 좀비들을 막아서도 우리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칸이 막아서있다. 좀비들이 암전이 되어 활동성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 사람들은 생각의 꼬리를 물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 나가려 한다.
좀비들의 행동에는 경계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에는 경계가 없었다.
영화 속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극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두 시간의 그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나도 어렵다. 나와 우리는 극 중의 러닝타임에 살고 있으니까. 김의성 캐릭터 재평가 한 놈들 나와. 방망이로...
극중 마지막에 공유 딸, 수안이가 부르는 노래가 나왔다, 아주 잠깐.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랐고, 내가 느끼기에는 뭔가 적을 물리친 것 같은 웅장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내가 음악 감독이었다면 수안이 노래를 이어갔을텐데.
수안이 노래가 계속해서 나왔다면, 아마도 백만은 더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랬다면 관객들에게 생각 할 시간을 객석에 붙잡아두고 강제할 수 있었을텐데.
뭐, 갈 때 가더라도 그런 강제적인 착석 정도는 괜찮잖아?
요즘 세상이 신세계처럼 변화무쌍한데.
영화가 끝나고 나의 무의식이 이 노래를 끄집어 냈다.
신천지는 너무도 싫지만, 그 낙인같은 무엇은 전에도 있었고 평생 갈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낙인을 찍고 싶다.
질병관리본부, 소방청, 의료진들을 비롯한 검역의 최전방에 서있는 사람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우리는 서로 또 싸울 거지만, 제대로 싸우자.
말 같지도 않은 거로 싸울거라면.
징비록의 뜻을 새겨야 할 지금인 것 같다.
임진왜란 이후에 왜나라의 베스트셀러였다지.
조선에서는 읽히지 않는.
지금, 우리나라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바이러스보다 공포가 더 퍼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몰랐던 왜놈들의 베스트셀러 류성룡의 징비록,
그가 책을 썼던 그 마음 정도는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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