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내가 지나쳐 온 김사부들. 그 작은 가르침에도 큰 배움이 있었을텐데.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주면 돌담병원 식구들과도 잠깐의 이별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시즌3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오늘 갑자기 드라마를 보는 중간에 기억속의 짤이 떠올랐다.
어제처럼 눈이 많이 왔었다.
내가 군생활을 했던 강원도는 정말 눈이 많이 왔다.
그날도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무릎이 덮였었다.
유류고를 지켜야했다. 부대 살림을 책임지는 군수과만의 소관이 아니였다.
수송부 불도저가 유류고를 눈을 뚫고 보관해둔 드럼통을 지붕이 있는 수송부 건물로 옮겨야 했다.
그때 나는 이등병, 1과4/5톤 일명 닷지는 운전해봤지만 2와1/2톤 일명 두돈반, 육공트럭은 운전해 본적이 없었다.
그때, 수송부 투고가 나를 찾았다.
'야~막내중에 최고 나와. 너가 차 뺴.'
'옙! 이병 xxx...'
...
이래뵈도 대형면허 따고 왔다는 자부심은 있었지만, 너무 떨리지 않겠습니까?
다 보고 있고 이등병인데? 아무리 이등별이었지만 후임들도 다 보고 있고.
후진을 해야 하는데 비탈길이고, 뒷바퀴는 자꾸 밀리고, 클러치는 자꾸 빠지고.
'xxx 병장님, 못 하겠습니다...'
'야이 xx야 그것도 못 하면 다음달 훈련 나가겠냐? 너 훈련 배차 받았다메?'
한 겨울에 식은 땀 흘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xxx 병장님 그러면 전부 차량 10미터 사방으로 물러주시겠습니까?'
밤밤밤, 클러치를 잡고 엑셀을 두드렸다.
그날 유류고 드럼통은 내가 다 옮겼다.
그리고 그날, 동기 후임들 모인데서 그 병장 욕을 엄청 했었다.
큰 배움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오늘 그때의 장면이 떠오른 걸 보면 그때 내가 많이 배웠었구나를 느꼈다.
그때 이후로 부대에서 인정받는 운전병으로 남았었나보다.
그냥 갑자기 오늘 김사부를 보는데 십여년 전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xxx병장님 제대하고 웃찾사에 나오는 거 봤었는데 지금은 유튭 12만 구독자를 보유하시고 계시네...
구독 안 함. 나는 그 때 그 무섭지만 웃기기도 했겠지만 멋진 이미지로 온전히 기억 할란다.
내가 그냥 지나쳐 온 김사부들. 그 작은 가르침에도 큰 배움이 있었을텐데.
그런 의미로 나는 제자된 도리를 못 했고, 위치가 바뀌었을 때는 사부라는 말이 거창하다 느껴 사부답지 못 했구나를 느낀다.
가르침과 배움은 물과 같은가보다.
하늘에서 비가 되어 비가 부슬부슬, 주룩주룩, 투두둑 떨어져도 결국은 다시 하늘로 돌아가 비처럼 떨어지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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