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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sizuko

Published: 08 Oct 2018 › Updated: 08 Oct 2018

밤 산책

'엄마랑 전화 했는데 누나 어제 생일이었다고 말하니깐 놀라던데 좀 있다 전화올거임'
동생의 문자와 함께 전화가 울렸다
내가 지내고 있는 쉐어 하우스는 방음이 엉망이라 옆방 사람의 조카가 매일 매일 유치원에서 뭘 배우는지도 내가 알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엄마의 전화를 받아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씻고 나온지 얼마 안돼서 축축한 머리를 대충 빗으로 빗고 전화를 들고 나왔다
평소같으면 밤 산책을 집 근처 주택가로 갔겠지만 전화도 해야하니 역 근처 큰길로 나섰다

밤 12시가 넘은 역 근처는 역시 술 취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실 가득하진 않았고 종종 있었다 12시가 넘은 거리는 기본적으로 한산하니깐

거리엔 걸스바의 직원들이 아직도 가게 홍보를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스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취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내일 출근해야하는 직장인들이 이 시간에 취해서 돌아다닐리 없지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을 보니깐 막차를 타러 학교에서 지하철역을 가는 거리가 기억난다
막차시간의 대학가 근처는 술 취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니 역시 가득하지는 않다.
11시 42분의 그 지하철은 다른 지하철과는 다른 향이난다 소주와 안주가 섞인 알콜향
막차지만 시험기간이 아니고는 사람이 꽤나 많았었다. 그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혼자일땐 너무 길었고 둘일땐 또 너무 짧았다

그런 학교의 추억을 되세기며 걷다가 우리집 근처까지 오자 괜히 또 주택가쪽으로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 블럭정도, 건물 사이로 매일 걷는 큰길이 보일정도로 조금만 들어갔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니 느낌이 확 색달랐다
일본 냄새가 확 올라왔다

간혹 전철에서도 나는 살짝 오줌냄새같은 비릿한 향의 일본냄새, 정말 말 그대로 오줌냄새인 프랑스의 냄새와는 다른 '일본의 향'이 났다.
길마다 심어져있는 풀에서 나는걸까 알 수 없지만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맡을 수 있었던 흔한 향이었다

사람의 후각은 추억을 가장 잘 상기시켜준다고 한다
이 또한 그리운 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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