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멋진 남자
어제 저녁에 갑자기 학원을 옮기기 전에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연락이 와서 그래 언제 한번 보자했는데 내일은 어떠냐며 파워당당하게 물어보기에 얼떨결에 잡혀버린 약속. 아이들에게는 아무말이나 하면 안되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6시에 보기로 했기 때문에 전철역 근처 카페에서 그린티라떼를 마시며 글을 써본다 사실 이 글은 님의 멋진 남자에 대한 답가이다.
오늘 아침 분명히 나갈 준비를 할 때는 시간이 넉넉하더니 막상 나갈 시간이 되니 시간이 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늦어버렸다. 이래서 사람은 방심하면 안되나보다. 애가 타지만 아빠는 서울까지 태워다주기를 원하냐는 느낌의 질문을 하시지만 차마 딸은 또 덥썩 태워다달라고 할 수가 없다. 애교를 부리며 태워다달라고 해볼 법도 하지만 왜인지 그런 일은 나에게 쉽지 않고 그렇게 하기엔 면목이 없다.
결국 멋진 아빠는 서울을 향하여 차를 몰고 아빠는 그 말 밖에 하지 못했다 하시지만 눈 붙이고 가라는 말이 딸에게 와닿는 크기는 무엇보다 크다. 머쓱한 딸은 "아빠 돌아가시는 길에 배고프면 어떡해요"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다. 다른 일에는 아빠의 애인님이 싫어할 정도로 직설적으로 말하는게 똑닮은 부녀이지만 이럴 때는 애교라곤 없는 빙빙돌려 표현하게 되는 똑 닮은 부녀.
그 마음을 알기에 사소한 한 마디에 담긴 사소하지 않은 마음들을 간직한다. 일을 시작하면 핸드폰은 보지 않는 나만의 철칙이 있지만 오늘은 머쓱하니까 시간에 맞춰서 카톡을 해보았다.
"집에 잘 도착하셨어요?"
"이따가 저녁에 집에서 만나요"
나는 집에 가면
멋진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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