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자가 지킨 용기와 선택
요즘 불면증에 시달린다. 더워서인지, 기분 탓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수 있을런지.
잠이 안 와서 다시 꺼내 본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조금 지루했다.
그래서 내용보다는 거칠한 얼굴에 티셔츠 쪼가리를 입고도
배우 포스 풍기는 마리옹 꼬띠아르에 감탄만 했다.
부끄럽지만 그게 다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읽고 문득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었다.
분명 같은 장면일텐데 처음 본 것처럼 생경했다.
그때는 ‘그들만의 세상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나 또한 그들처럼 고달프고 조마조마한 인생이다.
주인공 산드라가 만난 사람들 중 누구하나 손가락질하며 비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누구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할 수도 없다.
오늘 산드라의 현실은 내일 나의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라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선생님과 어른들로부터 세뇌 당하듯 들어온 이 말에 의문이 든다.
과연 현실에서도 노동과 노동자들은 그 뜻만큼 인정받고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영화를 보며 단 한 가지 기뻤던 것은
밥벌이에 매인 노동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신성’을 지킨 산드라의 용기와 선택이었다.
물론 그 끝이 해피엔딩일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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