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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bookclub2] 쇼코의 미소 - 상실, 그러나 공감으로 채우다.

vimva

Published: 23 Sept 2017 › Updated: 23 Sept 2017[kr-bookclub2] 쇼코의 미소 - 상실, 그러나 공감으로 채우다.

[kr-bookclub2] 쇼코의 미소 - 상실, 그러나 공감으로 채우다.

이 책은 쇼코의 미소/씬짜오, 씬짜오/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한지와 영주/먼 곳에서 온 노래/미카엘라/비밀

이렇게 총 7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이 모두 걸작이라 소개해보고도 싶지만, 너무나 많은 분량이 될 것 같아 참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 최은영씨가 몇 번 환생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좁힐 수 없는 마음의 벽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국가와 국가가 서로 입힌 과거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들,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다 가슴에 콕콕 박히는 좋은 글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한지와 영주"라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영주는 지질학과의 대학원생으로, 대학원생활에 지쳐 외국의 작은 수도원으로 도피하듯 도망쳐옵니다. 이 곳에는 젊은 청년들이 수도원의 일을 도우며 같이 성경공부를 하고 기도하는 곳입니다. 이 곳에 일주일을 머무려고 했던 영주는 결국 7개월이나 머물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케냐에서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와 친구들이 수도원에 봉사를 하러 찾아오게 됩니다. 영주는 한지의 다정한 말투와 공감적인 능력에 호감을 느끼지만, 대놓고 호감을 표현하진 못하고 그저 대화하고 또 대화할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날 까지만 해도 깊은 대화를 나누며 잘 지냈던 둘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깨져버립니다. 영주가 길에서 한지에게 반갑게 인사하자 한지는 차갑게 쳐다보며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죠. 영주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한지가 나에게 이럴까? 내가 무슨 말 실수라도 했을까? 자신의 말들을 복기해보지만, 그저 한지가 이따금 자신에게 "영주, 넌 너무 단순해"라고 말했던 것들만 기억날 뿐입니다. 결국 한지가 떠나기 직전 영주는 자신의 일기장을 한지에게 주려하지만, 한지는 그것은 영주에게 더 필요할 것이라며 받지 않습니다.

결국 이렇게 그 둘은 관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한지는 수도원을 떠납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영주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 지질학대학원 생활을 하며, 연구를 위해 북극으로 떠납니다. 북극의 얼음을 파낸 구멍에 자신이 수도원 생활을 하며 쓴 일기장을 구멍 속으로 흘려보내버립니다. 그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이렇게 이야기는 끝납니다. 전 이 단편을 읽으며, 제가 경험했던 수 많은 인간 관계들이 떠올랐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친구, 혹은 연인과의 관계도 어느 날 원래 부터 이랬다는 듯이 망가지기 시작하기도 하고, 서서히 멀어지기도 하고, 어느 날부턴가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대하고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 말이죠.

그 때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인연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겠죠.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과거의 인연들을 떠올려보니 머릿속이 먹먹해집니다.

이 단편에서는 의도적으로 한지의 입장을 전혀 드러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추측해볼 따름이죠. 저는 한지가 영주를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건 결국 조그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터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몇 가지 단서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단서는 한지의 여동생이 장애를 갖고 있어 침대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한지는 자신의 동생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더 뭉치고 더 사랑하게 됐다고 얘기를 하는 반면, 여동생이 가끔 밉기도 하고 돌보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때 영주는 넌 좋은 사람이야, 괜찮아, 라고 말해줍니다. 그 때 한지는 "넌 너무 단순해 영주"라고 대답하죠.

저는 여기서 한지가 원했던 대답은 "괜찮아"라는 말이 아니라 "많이 힘들었겠다"는 공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모두가 보기에 반듯하고 착한 한지에게 있어서 이런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영주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서였을 텐데, 영주는 그저 이런 한지의 힘든 고백을 "괜찮아"라는 말로 상처싸매어버린 것입니다.

또 다른 단서는, 영주가 자신의 마음을 의뭉스럽게 숨긴 것입니다. 일기장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똑같이 밤의 벤치에서 일어나는데요, 영주는 한글로 쓴 자신의 일기장을 한지에게 보여줍니다. 한지는 영주에게 "내 이야기가 거기 있어?"라고 물어보지만, 영주는 "아니 별로 없어"라고 장난을 칩니다. 사실 일기의 대부분은 한지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런 것들이 쑥스러움에서 시작 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알 수 없습니다.

이 단편을 읽고 느낀 것은, 결국엔 우리가 서로 공감하려면 서로의 이야기를 깊이 듣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에게는 우정을, 연인에게는 사랑을, 힘든 이에게는 연민을, 부모님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조금 더 서로에게 다가가고 아쉬운 인연들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것을 참 못하지만, 오늘 부터라도 조금씩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디어 쇼코의 미소 감상글을 쓰네요. 사실 저에게는 정말 좋은 책이면서도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읽을 땐 이해가 되지만 막상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아마 저번 책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보다 감상글이 덜 올라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hocolate1stHive account@chocolate1st님이 써주신 ||kr-bookclub 감상|| 쇼코의 미소, 아픔을 바라보는 시선 이 감상글이 상당히 저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어떤 마음을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

이 책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을 배우고,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이상, 빔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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