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햇살 좋았던 날의 동물원
5월의 도쿄. 기온이 20도를 넘는 늦봄의 날씨.
우에노 동물원 안의 북극곰 우리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곰 한마리가 전시장과 우리 안을 연결하는 철문을
부서져라 두드려 대고 있었다.
한참 앞발이 부러져라 두드려 대자
저쪽 철창 밖으로 찬물 한바가지가 휙 쏟아졌고
한참을 두드리던 곰은 그 물 쏟아지는 곳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물은 딱 한 바가지 분량 뿐, 더이상 쏟아지지 않았다.
곰은 또 한번의 물을 기다리는 모양으로
한참을, 그 철창앞에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그 곰과 사육사의 신호였나보다.
곰이 철문을 두드리면 물을 뿌려주는 것.
그러나 계속 뿌려주면 감당할수 없으니
간헐적으로 더위를 식힐 만큼만 뿌려주는 것.
영상 20도.
북극곰이 원래 있었던 그곳에서는 1년 내내 단 한번도 없을 온도.
페인트로 빙하와 빙산을 가장한 그곳에서
북극곰은 원래 팔자에 없었을 그 더위를 견디기 위해
물 한바가지, 인간의 그 알량한 자비를
그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의 어린이 날이 지난지 며칠이 지난 날.
하늘에는 남자 어린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코이노보리가 게으르게 펄럭이고.
늦은 소풍을 나온 아이들과 어린 연인들은 북극곰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어제 대전에서 퓨마 한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그날의 북극곰이 떠올랐다.
사살 외에 다른 방법은 아마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저 가여울 뿐이다.
북극 땅을 두고 더위를 견디고 있는 북극곰도,
아메리카 대륙 어느 평원이나 밀림을 두고 철창안에 살다가
잠시 그렇게 내달렸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았던 퓨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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