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감자꽃(#197)
요즘 감자꽃이 한창이다. 오늘은 비가 와, 감자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권태응은 감자꽃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었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근데 감자꽃은 뜯어보면 좀 슬프다. 감자는 덩이줄기로 번식을 한다. 어미 감자를 잘라서 심으면 덩이줄기에서 새끼 감자가 달린다. 어미와 유전자가 같다.
그럼에도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식물이 꽃을 피울 때는 그 나름 굉장한 에너지를 쏟는다. 꽃잎과 꽃받침 그리고 꽃가루 이 모두가 에너지다. 게다가 열매라도 열게 되면 지속적으로 영양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농사꾼들은 감자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따버린다. 꽃으로 가는 영양이 땅 속 감자로 가게끔. 이렇게 감자는 꽃조차 제대로 피지 못하게 된다.
감자가 꽃을 피우는 이유는 감자 처지에서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측해본다. 감자는 덩이줄기로 번식을 하니까 번식이 절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앞날은 그 누구도 모른다. 가뭄과 같은 천재지변이 생길 수도 있고, 감자에 치명적이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으며, 벌레 공격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생명체는 유전적인 다양성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해마다 감자를 심다 보면 감자가 꽃을 피우고 어쩌다가 열매를 맺는 수가 있다. 열매 크기와 모양은 방울토마토와 비슷하다. 이 열매는 딴꽃가루받이를 해서 유전적인 다양성을 가진다. 감자를 육종하는 데는 이 열매가 거의 필수라 하겠다.
그렇다면 감자는 비록 지금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들의 미래를 대비하여 계속 꽃을 피우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감자가 잘 살아남아 인류에게 소중한 식량은 물론 유전자를 잘 남기기를 빈다. 고맙다, 감자야! 서러움을 이겨내고 잘 살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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