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난 지란지교를 꿈꾼다
한 때는 반의 분위를 좌지우지하는 입담꾼이었다.
수업 중 우스갯소리에 순식간에 깔깔깔.. 선생님께 혼나도 아이들이 웃어주는게 얼마나 좋던지 그 맛에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나는 쫌 노는 애들에게 표적이 되고 말았다.
아마..활발하고 나대는 성격이 거슬렸는지ㅋㅋ 그렇게 만만하게 보더라
뭐 사실.. 난 만만한 놈이다.
내 몸이 싸움을 극도로 싫어한다. 조금만 대화가 격양되어도 심장이 미친듯이 나대서 우물쭈물대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곤 한다. 이런 내 모습에 날 더 만만하게 본 녀석들과 힘든 중학교 시절을 겪은 이후로 나는 친구들의 시비, 장난이 도를 지나쳤다 싶음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게 습관이 되어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친구들을 걸러내는 기준이 되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얘는 쫌 아니다' 싶으면 아에 상종도 않고 말을 걸어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서로 감정이 상해서 거르고, 신뢰가 깨져서 거르고 이렇게 계속 거르다보니 결국 남은 친구들은 4~5명 남짓. 사실 이 녀석들이야 말로 진짜 친구놈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 아직도 걱정이 된다. 이러다가 몇명 남지 않은 친구들마저 걸러내려 들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계속되다보니 요즘엔 친구들을 만나도 항상 조심스럽다. 고등학생 땐 없었던 가식이 절로 생겨나고 여럿 함께 만나는 자리면 모를까,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어졌다..ㅎ 이제는 이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그 녀석들에게도, 나에게도 편한 친구 사이가 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소한 연락을 건네는 것부터 해볼까.
오늘도 난 지란지교를 꿈꾼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곳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中
지란지교 :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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