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에 배신당하는 연습
요즘 스노우보드를 배우며 가장 어려운건 이것이 나의 최선을 자주 배신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내가 턴을 할때 아래의 눈이 반드시 받아줄 거고, 걸려 넘어지지 않을거고, 속도가 빨라지는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각종 두려움을 이겨낼 믿음을 가져야한다. 이 모든 것을 믿고 몸을 경사에 맞춰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경사 아래로 몸을 기대야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이행하더라도 종종 넘어질 것을 안다는 것이다. 발 밑 모글에 걸려 균형을 잃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다른 스키어/보더가 나타나 제동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꽤나 자주 내 믿음에 배신당할것을 알면서도, 몸을 앞으로 기대야 한다. 모든게 내 계획대로 풀릴거라고 믿으면서.
전혀 무서울 일이 아니고 내가 내는 겁이 틀린 것이란 것을 끊임없이 인지해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난 넘어졌을때 어떤 기분인지 아니까.
분명히 땅에 부딪힌 머리 때문에 속은 매스껍고, 구르며 뒤틀린 관절들은 욱신거릴 것이며 모두들 행복하게 달리는 눈 위에 넘어져 누워있는 내 모습은 분명히 춥고, 외롭고 부끄러울 것이다.
나는 이렇게 언젠가 넘어질것을 알면서 앞으로 기대는 스노우보드를 타는것을 '최선에 배신당하는 연습' 이라고 부르고 싶다.
스노우보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분야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 최선의 전략과 계획을 짜서 실행하더라도 분명히 실패하는 지점이 있을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판단과 행동은 확실한 근거가 있었고 내게 주어진 최선의 판단이었다는것을 끊임없이 인지하고 자세를 지켜내야만 내가 성공할 확률이 아주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는걸 되뇌이면서...
올 초에 스팀잇에 올리려고 썼던 글인데 감춰뒀었네요. 이제와서야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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