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괴물의 탈을 쓰는 사람들] 콜롬비아 선수의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자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
얼마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 콜롬비아 선수 카르도나가 인종차별로 의심되는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경기를 보고 있었거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여, 콜롬비아 선수는 물론 '콜롬비아 사람들'에 대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지만, 카르도나 선수의 아이 사진에까지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인종차별을 극복하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이런 논란을 볼 때마다 슬퍼집니다. 인종차별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ㅡ '백인이면 그렇다 쳐도 어디 남미 혼혈놈들이 인종차별을해?'
'우리보다 잘살지도 못하는 거지XX들이 ㅉㅉ'
콜롬비아 선수가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는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들이다. 베스트 댓글의 수준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 콜롬비아 사람들을 모욕했다는 의미에서 시원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백인은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숨겨져 있다.
또한 우리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는 나라들에게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그래서 늘 국제경기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우리나라 선수단의 기사에는 약속한 듯 "이래서 국력이 강해져야.."라는 댓글이 달렸었다.
이만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면 우린 도대체 언제쯤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인종을 싸잡아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콜롬비아 사람들도 똑같이 소중하다.
피부색과 경제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조건이 아니며 언제나 지켜져야 한다.
기성용의 '원숭이 세레모니'를 보며 우리의 슬픈 역사를 생각하더라도 저런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인종차별을 한 사람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도 인종차별을 해 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진짜 악마는 우리 마음속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악마와 싸우는 자는 자신이 악마가 되지 않는지 조심해야 한다.
물론 외국에 나가 실제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면 온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뭐라고 빠르게 반응이라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아서 두렵다.
하지만 감정을 추스리고, 품위를 지키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전 세계의 정상인들은, 인종차별이 옳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순간의 감정을 삭이지 못해, 우리 자신을 천박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PS. 해당 논란을 일으킨 선수와 콜롬비아 축구협회는 얼마전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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