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하지 않은 한국의 스포츠 문화
어제 있었던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로 인해 서이라 선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5명의 선수가 레이스를 펼치는 중 막판에 헝가리 선수로 인해 서이라 선수와 뒤에 있던 임효준 선수가 연달아 넘어졌다. 서이라 선수는 넘어진 후 곧바로 일어나 결승선을 세번째로 통과하여 동메달을 받았다.
여러 기사의 댓글을 보면 '서이라 선수가 욕심을 부리다 임효준 선수까지 망쳤다', '임효준 선수에게 자리를 여러 번 비켜주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금메달보다 자신의 동메달이 더 중요하냐' 등의 말을 아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 강한 종목이고 결승에 진출한 5명 중 2명이 대한민국 선수였기 때문에 메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000m는 어디까지나 개인 종목이다. 개인전에서 개인이 최선을 다한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여자 1500m 경기에서 해설위원이 여러 번 한 말이 바로 '아웃코스는 내줘도 인코스 추월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 1500m경기 직후에 있었던 남자 1000m 경기에서 관중은 이 말을 잊은 것 마냥 서이라 선수가 임효준 선수의 인코스 추월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했다. 원래 쇼트트랙은 뒷 선수의 추월을 견제하는 경기인데 말이다.
과거(10~20년 전 쯤?)에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국가적 기대가 정말 컸다. 금메달은 따지 못하면 죄인 취급을 하고 아쉬운 은메달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있었다. 이런 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꾸준한 목소리 덕분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순위와 관계 없이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어느 정도는 정착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제 경기에 대한 반응을 보니 아직 갈 길이 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전에서 팀플레이를 운운하며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놓쳤다는 글이 많았고, 이런 댓글에 달린 추천수도 엄청나게 많았다. 노력한 개인은 안중에도 없고 나라 전체의 메달 개수가 하나 오르는 것에 연연하는 모습이 2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각각의 숫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는 관심이 없고 단지 금n 은m 동l 에만 관심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다. 전략의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실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선수들이 후회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개인전에서는 다른 나라 선수나 우리나라 선수나 자신의 경쟁자일 뿐이다. 같은 나라라고 팀플레이로 한 명을 밀어준다면 그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밀어주기와 승부조작은 한 끝 차이이다.
서이라 선수에 대한 지나친 비난을 멈춰야 한다. 첫째로 개인전에서 반칙 없이 개인의 메달 획득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을 비난해선 안된다. 둘째로 아직 남자 쇼트트랙 계주 경기가 남았기 때문이다. 이런 네티즌들의 불필요한 비난이 남아 있는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선수를 응원하고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스포츠 관중으로서의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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