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 세 개
1
야밤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글도 쓰고 요것조것 해볼까 하여 몇 개월 전에 (부불로) 노트북을 장만했다. 물건에 대한 감가상각은 차질 없이 이뤄지는 반면 글을 쓰는 횟수는 되레 준 감이 있다. 기시감인지 뭔지. 어릴 적, 해외 방송을 듣겠다는 명목으로 부친께 단파라디오를 사달라고 청한 일이 포개진다. 수중에 든 라디오는 MLB에서 뛸 만한 선수가 KBO에 머물러야 하는, 그러한 처지와 흡사했다. 물건에 대한 초기의 호기심이 거칠 무렵부터는 그것으로 국내 방송만을 청취하였으니까.
2
지난 일요일에 오랜만에 MBC에서 방영하는 <복면가왕>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틀어놓고 다른 일을 했는데 도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해당 보컬이 문명진임을 확신했다. 문명진이란 보컬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의 노래를 제대로 듣게 된 것은 KBS <불후의 명곡>에 그가 출연하고 나서다. 한국 가수가 R&B 한답시고 음을 꺾고 부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데 반감을 가졌던 나이지만 당시 그가 부른 해바리기의 <슬픔만은 아니겠죠>는 참으로 좋게 들렸다. 그러니까 음을 높였다 낮췄다 하며 이어 부르는 노래를 내가 싫어한 것이 아니었다. 그 방식의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는 국내 가수를 만나지 못한 탓이었다. 문명진은 가왕이 되지 못했다. 가왕이 되어서 몇 주라도 그의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퍽 아쉽게 되었다.
3
어제는 한글날이었다. 한국어와 한글을 구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나도 잘 못한다). 연합뉴스에서 낸 '세종대왕님이 우신다'…한글 파괴 앞장서는 지자체들이란 기사를 보았다. 취지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기사보다는 그것에 달린 댓글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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