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09 Apr 2018 › Updated: 09 Apr 2018
[스물일곱 일기] 아무것도 아닌
2018.04.09.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쑥 화를 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부끄러워 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집착한다.
아무것도 아니였는데,
지나고 보니 분명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 번 화를 내고, 부끄러워하며 집착한다.
언젠가
아무것도 아닌 나도 사랑받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도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그리워하겠지.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 . . )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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