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2. 어느 마라토너와 투구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시사·상식에 힘을 실어 드릴 나위노(Now We Know)에요. 80여년 전 오늘은 어느 마라토너가 금메달을 목에 건 날인데요. 오늘의 이야기 <어느 마라토너와 투구>를 시작합니다.
2. 어느 마라토너와 투구
국립 중앙박물관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투구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 어쩌다 그리스의 투구가 있는 걸까요?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 투구는 바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박물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그리스는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마라톤 우승자에게 유물을 주곤 했는데요. 가짜 유물이 아닌 '진짜'유물을 주곤 했습니다.
그리스가 자국의 귀중한 유물을 주곤 했던 이유는, 마라톤의 유래가 되기도 한 기원전 490년,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40km를 달려온 병사를 기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일은 고대 유물 유출 방지령이 내려진 2차 세계대전까지 계속 됐는데요.
위 투구는 당시 마라톤 우승자에게 수여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손기정 선수는 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메달을 제외한 어떠한 것도 공식적으로 수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한동안 베를린의 박물관에 보관 되어있었습니다. 투구가 다시 손기정 선수에게 돌아오게 된 건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후, 우연히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뒤였습니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기록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영국의 하퍼 선수를 막바지 오르막에서 추월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세계 신기록에, 우승까지 차지한 손기정 선수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손기정 선수는 일본의 국기를 달고 손 기테이(Son Kitei, そん きてい) 라는 이름으로 출전해야만 했습니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일장기가 휘날렸고, 손기테라는 이름과 함께 JAPAN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손기정 선수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기정 선수의 우승 소식은 국내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문제는 보도였습니다. 당시의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장기가 새겨진 사진을 그대로 내보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진을 일부 수정해 일장기를 제거하고 보도하기로 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일장기 말소 사건인데요. 이 일로 동아일보는 무기정간 처분을 당하였고, 조선중앙일보는 휴간하게 됩니다.
손기정 선수는 말합니다. "일장기가 올라가고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것을 알았다면 베를린 올림픽에서 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사이트에는 손기정 선수가 한국 출신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손기정 선수를 일본 출신의 손기테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80여년 전, 오늘은 바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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