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기
나는 메모를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생각을 배설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메모하는 것은 먹고 자고 싸는 일련의 생리현상 중 하나이다. 생각의 배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 몸속 어딘가에 무언가가 불편하게 응어리가 진다. 보통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만큼 하루 종일 거기에 생각이 매여서 못 벗어난다. 그래서 무언가가 머릿속에 들어왔으면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서, 빠른 시일 내에 끝을 봐야한다.(그것을 찾던지, 실행하던지, 해결하던지, 찾아보던지 하는 그 생각과 관련된 일종의 행동.)
그런 메모를 시작하기 시작했던건 대학교 4학년 때 위탁승선실습을 하러 실습생으로 배를 탔던 적이 있다. 내 위로는 전부 내게 명령을 하는 사람이었고, 모든 내게 하달되는 명령이 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에는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일도 많았다. 6개월간의 선상생활은 군대와 비슷하거나 더 위험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했다. 6개월 동안 두꺼운 PD수첩 노트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총 4개를 썼는데, 생각해보면 이때 메모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오늘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있을 스케쥴(내게 내려온 명령들)을 쭈욱 쓴 다음 그것의 우선순위대로 번호를 매겨 실행했다.
그 이후로, 지금은 매일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가끔씩, 종종 번뜩이며 아이디어 같은 것이 떠오르는 편이다. 생각이란 마치 방금 꾼 꿈처럼 휘발성이 강해서 바로바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두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 된다. 아! 그때 그게 뭐더라? 좋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뒤늦게 생각해봤자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류의 메모를 즐겨하는 편이고 그 생각의 메모가 똥이라고 해도 언젠간 거름으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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