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일기 20181007 - 태풍이 지나간 날의 기록
어제 새벽에는 눈을 뜨니 비바람이 치고 있었다. 우리는 어둑한 침실에서 거센 바람소리를 들었다. 갑자기 그저께 읽었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생각나서 미쉘양에게 읽어주었다. 이 소설은 창비 신인상 당선 소설로 앱 개발을 하는 벤처회사의 막내가 겪은 헤프닝을 풀어놓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태풍을 잊은채 다이아나가 깜짝 놀랄 정도로 웃게 만들었다.
오전 내내 태풍이 통과하고 있느니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라는 아파트 관리실 방송이 나왔다. 다이아나는 바람의 압력을 느끼기라도 한듯 꼬리를 다리 사이에 넣고 우리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랗게 개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이아나를 데리고 광안리로 갔다.
태풍이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었다. 파도는 평소와 다르게 높고 거칠고 빨랐다.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UFO를 보기라도 한 듯 저마다 폰을 꺼내 태풍이 머물렀던 이상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찍기 시작했다. 구름은 붓으로 칠한 그림처럼 포개어져 있고 바다 표면이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희미한 해무에 둘러싸인 금빛 마천루가 거대한 우주선처럼 느껴졌다는 것은 내가 요즘 외계인 관련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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