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유이자 쇼코다.
나에게는 쇼코가 있었다. 나는 쇼코를 할아버지로서 대하기도, 소유로서 대하기도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않는 아주 깊은 곳, 나도 잘 알지 못 하는 곳에 숨어 있는 나 자신을 꺼내어 보이기도 했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사실을 가까이 있고, 정말 아끼는 소유에게는 전하지 못 했지만 쇼코에게는 전할 수 있다. 이 모두 쇼코는 "아무 사람도 아니"었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주변 사람에게 내 글을 절대로 읽지 못 하게 한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소유 앞에서는 부끄러워 보일 수 없는 나의 단면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분들 모두가 쇼코이기도 하다. 쇼코는 "당장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질 수는" 없는 사람이며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아니다. "가까운 동네 친구"도 아니다. "일상이라는 기계를 돌리는 단순한 톱니바퀴들 속에" 쇼코의 자리는 없다. 그럼에도 쇼코는 특별하다. 그러면서도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유는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쇼코를 추억한다.
쇼코는 신기루와 같은 우상이기도 하다. 소유는 회상하듯 쇼코를 그려내고 있기에, 당시에 쇼코를 추억하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지 않다. 일본에 가서 쇼코가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깨었으며 "이상한 우월감"에도 휩싸인 후에 회상하는 쇼코는 당시의 소유의 감정과는 명백히 다르다. 하지만 명백히 그 이전의 소유에게 쇼코는 "나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이 된 쇼코는 더 이상 우상이 될 수 없다. 나 또한 쇼코를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겼다.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쇼코를 초인으로 그려냈다. 사실 쇼코들은 초인은 커녕 병을 가지고 있다. "화를 내거나 자기변호라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아픈 사람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를 신기루와 같은 우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들도 있으나 나는, 초인이 아니다.
사실 진정한 우상은 소유의 할아버지이다. "그는 내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알았어. 보지도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처럼 말이야."하는 대사는 진정 추종자의 태도이다. 타인의, 그것도 떨어져 있는 이의 마음을 읽어내는건 아직까지 인간에게 허락된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우상의 말을 한 문장, 한 단어, 한 음절, 문장부호까지 곱씹는다. 그리고 의미를 찾아낸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추종자는 자신의 우상에게 건네는 한마디도 고심 끝에 뽑아낸다. 우상에게 자신의 가장 밝은 면을 내비친다. 우상은 그 분칠한 밝은 면에서조차 무언가를 포착한다. 포착해야만 한다. 포착한 것으로 여긴다.
쇼코는 내게 "우중충한 하늘"이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떠나갔다. 작품 속에서 다시 연락한 쇼코와는 다르게 나의 쇼코는 다시는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소유는 "쇼코의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쇼코의 집을 찾았다. 나는 쇼코의 집 주소가 기억나지도 않았다. 아마, 알았다고 해도 나는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쇼코에게 "가상 친구나 일기장 정도"였을까? 쇼코는 그저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뿐"일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유처럼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니, 기회가 있었다면 개입하려 들었을까?
그저 담담한 1인칭 소설이 이토록 흡입력이 있는 이유를 아시겠는가? 우리 모두는 소유이며, 소코이며, 할아버지이며, 어머니다. 소유의 시각을 통해서만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인물들 제각각의 고뇌를 이해한다. 공감한다.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의 단면은 이 외에도 무수하다. 가령 나는 이전에도 글을 썼듯 소요의 어머니처럼, 아버지의 장례절차에서 울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하고 내 나체를 보여드리는건 그만두겠다. 결국 우리는 소유이자 쇼코이기에 앞으로 계속 기회가 많다.
여러분들은 아마 내 글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쇼코 자신은 "불에 타다 만 발바닥.", "등이 꺼져버린 하이웨이 위의 가로등.", "썩었으되. 그것뿐인 씨앗."을 이해했을까? 아마, 그저 배설에 지나지 않았겠지.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체와 배설물은 아름다울 수 없다. 나체가 아름다운 모델도, 어딘가는 뒤틀려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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