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직접 쓴 초단편 소설] 도옷자리
도옷자리
현요아
형균이 지하철에 오르자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과 잠바를 입은 남학생은 스마트폰을 눈앞으로 밀착시켰고, 중년 여성은 안경을 벗고 눈을 감았다. 반대편 문 가까이에 서 있던 커플은 눈을 찌푸렸다. 형균은 무덤덤하게 파란색 수레를 꼭 잡았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형균의 앞을 막아섰다. 볼륨을 최대로 올려 이어폰 밖에서도 올드팝이 들렸다. 형균은 얼굴에 힘을 들여 그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성이 듣고 있을 노래보다도 더욱 큰 소리를 내기 위해 힘차게 외쳤다.
“아이고 손님! 발! 발 조심하십쇼!”
형균의 수레바퀴가 남성의 구두를 향해 아주 살짝 돌진했다. 콩, 하고 마찰음이 생겼다. 남성이 이어폰 한쪽을 빼고 말없이 형균을 노려봤다. 형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수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파란색과 옅은 초록색, 진한 노란색까지 다양한 색의 돗자리가 등장했다. 다섯 개의 돗자리가 수레를 덮었다.
“아아!안녕하십니까, 서울 시민 여러분들. 오늘 날씨가 차암 좋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니!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형균이 잔뜩 목소리를 높인 후 숨을 멈추자 중년 여성이 실눈을 뜨고 형균을 지켜봤다. 형균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날씨가 더 좋다는 거 아니겠습니까!아이고오. 그러면 휴가를 쓰고 조퇴를 하고 도망을 나와서라도 놀러 가야겠지요?그런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한강에서는 천 원이면 살 싸구려 돗자리를 단돈 마안원에 팔고 있지 않습니까!엉덩이는 더러워지기 싫고, 날씨는 좋고!에라 모르겠다!하고 사지 마십시오. 여기……”
다음 역을 알리는 음성이 형균을 방해했다. 형균은 더욱, 더욱더 큰 목소리로 돗자리의 장점을 이어나갔다. 형균의 혀를 통해 나오는 문구들은 반 이상이 유통회사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형균은 톈진 어딘가에 있을 공장을 용산으로 말해야 했다. 돗자리는 네 명이 빠듯하게 앉을 수 있는 크기였지만 무릎을 꿇으면 여섯 명까지도 가능했다. 젊은 사원은 육 인용이라고 말해도 어차피 사 인용으로 알아듣는다고 했다. 형균은 양심에 찔려 ‘중국에서 만들었지만 튼튼하다’고, ‘네 명이 널널히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날은 하루 사만 원밖에 벌지 못했다. 유통업체와 기아바이의 수입 배분은 육대 사였으므로 형균은 그날 구겨진 율곡 이이 세 장을 들고 울었다. 이제 형균은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용산의 공장에서 만든 백 퍼센트 국내산 방수 암막 육 인용 돗자리가 단돈 오천 원!”
노인들이 지갑을 꺼냈다. 아이고오, 감사합니다!지폐를 받을 때마다 형균의 보조개가 짙어졌다. 환승역에 다다를 때마다 나오는 국악이 배경음처럼 흘렀다. 형균이 흥얼거리며 파란 수레에서 몇 개의 돗자리를 더 꺼냈다.
‘아아. 승객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현재 역 내에서 물건을 파시는 잡상인은 다음 역에서 신속히 내려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다음 역에서 신속히……”
형균이 손을 멈추고 주변을 둘렀다. 이 중 누군가가 신고한 게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균은 우선 마지막으로 돗자리를 산 여성에게 거스름돈을 주며 목청을 높였다.
“자. 마지막으로 사실 분 없으신가요!시중에서는 절대 못 사는 용산의 공장에서 만든 백 퍼센트 국내산 방수 암막 육 인용 도옷자리!”
한 남성이 손을 들었다. 올드팝을 듣던 그 사람이었다. 예에, 오천 원입니다-라고 형균이 말했다. 남성이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200*9.2)
스팀잇에 처음으로 소설을 올려봅니다 :) 부끄럽네요,,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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