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단치 않은 삶들이 우리에게 이야기가 되는 이유: 영화 '1917'(2019) 리뷰
<1917>(2019)은 영화 언어를 과시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캐릭터와 이야기에 온전하게 합치시키는 방식으로만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촬영과 음향을 아우르는 기술적 성취에 대해서만 말하는 건 <1917>에 대해 절반만 말하는 것과 같다. 어떤 영화를 볼 때 간접 체험을 넘어서는 직접적인 무언가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1917> 역시 그런 종류의 하나로 강력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실제 있었던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승전의 이야기도 아닌 한 현장에, 두 명의 'John Doe'와 여타 무수히 많은 'John & Jane Doe'들의 등 뒤와 눈앞과 귓전에까지 생생한 현장에, <1917>은 관객을 데려다 놓은 뒤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말들을 한다. 선악을 말하지도, 사명감이나 숭고함 따위를 말하지도 않으면서 매 순간의 살아있음 자체가 곧 전쟁이 되는 상황을 <1917>은 가장 영화다운 방식으로 경험시킨다.
따라서 "나는 경험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103년 전 타국의 전장에 있었다."라는 문장을 쓰는 일이 내게는 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영화 안의 시간과 영화 밖의 시간을 거의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세계대전'에 대해 현대인이 갖고 있을 어떤 거시적 인식을 개인에게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1917>의 이야기는 가장 국소적으로 가장 넓은 메시지를 안겨준다.
이 이야기의 초고 중의 초고를 있게 만들었을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에게는 물론, 모두가 기억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수많은 미지의 이름과 삶들에게 <1917>은 작은 헌사를 표한다. 동시에 그 '삶들'이 어떤 것이었고 어떤 것일지를 말한다. 승리의 역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또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그로 인해 성장하고 이야기를 낳는 모든 과정들이 결국은 삶이 아니겠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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