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보이는 풍경들 | #3 한여름밤의 달리기
지난이야기
한여름밤의 달리기
작년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낮에 한껏 달아오른 열기는 밤이 되도 식을 줄 몰랐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숨은 턱턱 막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에어컨이 없는 삶은 고문에 가까웠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나의 달리기는 계속됐다. 날이 더워질수록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만 뛰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그만큼 체력소모도 컸다. 공기도 뜨거워 숨쉬기도 불편했고, 달리고 나서 빠지지 않는 열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날벌레도 문제였다. 산책로는 개천을 따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유독 날벌레가 많았다. 그래서 숨이 차 저절로 벌어진 입으로 벌레들이 곧잘 들어오고는 했다. 먹는 거야 좋은 단백질원이니 그렇다 쳐도 입으로 들어온 벌레는 꼭 목에 걸렸다. 그럴 때면 기침이 나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숨을 쉴 수 없으니 호흡은 흐트러졌고, 페이스는 자연히 무너졌다. 가끔은 눈에도 들어가 어쩔 수 없이 멈춰서야 할 때도 있으니 한 여름밤 뜀박질은 쉬운 게 없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막연히 힘들기만 했던 달리기가 조금씩 재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더위가 한창일 때쯤 나는 주민센터를 왕복으로 쉬지 않고 뛸 수 있었다. 속도도 느리고, 2킬로가 안 되는 거리였지만 제대로 뛰지도 못하던 처음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비로소 달리기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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