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은 위대하고 법조인은 무능하다
나는 종전에 법학이란 쓸모 없는 이론을 가지고 다수설과 소수설이 싸우는 이상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애매하게 쓰인 조문에 있어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의 해석 상 차이는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만 국회가 그 수많은 해석 상 쟁점을 해결하고자 표결을 할 리 없다. 즉 어떤 조문을 판례나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종전 판례대로 해석할 때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는 억울한 사람을 돕기 위한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누가 억울하게 십 억을 날려도, 국회는 그 사람을 위해 법을 바꾸어주지 않는다.
문득 법률사무소 인턴 시절 내가 썼던 변론요지서를 읽어보았다. 나는 나중에 다른 곳에 취업하여 그 사건을 그만두었우나 후일 그 사건의 추이를 알게 되었다. 시총 1조 짜리 기업에나 적용되면 적당할 판례를 들이대는 판검의 시퍼런 태도로 보아 도저히 무죄가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결국 둘이 평생 만든 회사를 지키기 위해 부사장이 다 뒤집어 쓰기로 약조해 자백했지만 정작 포승줄에 묶여 감옥에 가게 된 그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죄가 없다, 아무리 다시 읽어도 이 사람은 죄가 없다.
왜 법학이 위대하냐면 아무리 똑똑한 척 해도 인간은 본원적으로 병신이기 때문이다. 법학이란 자의성과 관료주의라는 그 양 극단의 모순된 향연에서, 그나마 이성과 논리를 가지고, 사람을 이득 없이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최후의 수단이다.
세상에는 일견 상식이란 것이 있는 것 같으나 그 기준은 실은 모두 제각각이다. 인간이 다루는 법이라는 건, 절대로, 절대로 과학처럼 논리정합적인 결론을 낼 수 없다. 공부 하나 잘 해서 어떤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일부 또라이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예산 문제로 인원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아 격무에 시달려, 또 누군가는 아버지이자 또 어머니라는 이유로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없어,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그냥 서류 하나로 취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꼭 검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은 서비스 직에 불과한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늘 맞닥트려야 하는 대상이 살아 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고, 그 사소한 이론 하나하나가 한 개인에게는 인생 전부가 걸린 이야기였으나 아무리 이를 암기해도 결국 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수험생 시절, 나는 법학은 꼰대 교수들의 밥 그릇에 불과한 죽은 이론이라고 생각했고 실무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법조인들을 동경했다. 이제 법조인이 된지 고작 반십년이 된 이 시점 나는 감히 반대로 말해볼까 한다. 법학은 위대하고 법조인은 무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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