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음식물 쓰레기 버린 곳에서 자란 수박을 먹었다.
순한번 안따주고 그냥 보기만 했다.
대략 3달 반만에 열매를 맺었고 맛을 봤다.
지난 3월, 뜨거운 햇살아래 30분 걸어서 수박을 사왔다. 수박을 먹고 씨앗을 껍질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 묻는 곳에 버렸는데 그자리에서 싹이 났다. 완전모래밭이다.
그때쯤에 나는 상추씨를 뿌렸고 수박싹과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다. 상추는 두번을 싹내서 옮겨심었지만 벌레가 먹기도 했고 말라 죽어 완전 폭망했는데, 수박은 직접 땅에 자라서 그런지 물 안줘도 비가 몇일을 오지 않아도 잘 자랐다. 많은 싹중에 몇개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란 꽃이 자주폈고 3개의 수박이 열렸다.
이번 여행가기 전에 주먹만한 크기의 수박 두개에 병이 있는 것을 봤다. 이 두개 수박은 열흘 못 본 사이에 썩어서 없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른 빈껍질이 조금 남았다.
오늘, 하나 남은 소중한 수박이 익었을까 고민하다가 이 작은 수박이 설마 하며 두드려 볼 생각으로 다가갔는데 벌래가 파먹은 자리가 빨갛게 보였다.
이렇게 잘 익은 줄도 모르고...
빨간색을 보는 순간 흥분해서 바로 땄다. 썩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칼로 잘랐다.
다행이 벌래가 파먹은 부분만 조금 상했다. 칼로 발라내고 수저로 퍼먹었다.
살짝 단맛이다. 수박향도 났다.
낮시간에 딴 수박이라 정말 뜨끈뜨끈했다. 손으로 잡아도 따듯함을 살짝 넘을 정도의 뜨끈한 수박이었는데 향도 나고 단맛도 나는 수박이다...ㅎ ...이쁘다.
옆 사람과 반땅했다.
아... 난 기쁜마음에 뜨끈한 수박을 바로 먹었는데, 이 사람은 차가운 수박을 먹을거라며 냉장고에 넣었다. 저녁후에 먹었다. 젠장 한숟가락 먹으라는 말도 없이 다먹었다. ㅠㅠ 차가운 수박은 맛도 못봤다. 아까는 생각이 없었는데...수박먹고싶다.
내가 먹고 버린 씨앗에서 나온 수박이라 그럴까 이 수박은 정이 많이 들었다. 이 모래땅에 잘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계속 관찰해왔다. 딱히 물을 자주 주지도 않았고 순도 따주지 않았다. 그냥 보기만 했다. 수박은 답을 했다. 세상에 수박을 남겼다. 마치 역경을 이겨내고 할 일 마친 후에 쓰러지는 주인공 처럼 자신의 일을 마친듯 자랑스럽게 스러진다. 그래서 그럴까 잎이 사그러지는 줄기를 보니 뭔가 짠하면서도 멋있다.
싹이 나올때부터 매일보며 길들여졌을까...내꼬라는 생각때문일까? 내가 먹고버린것 산것 먹은것 허락받은것 주인없는것... 내꺼라고할만한것이없다는데니꺼는있는것... 수박은 사그러지고 그 옆에 코코넛 나무가 자라고 있다.ㅎ
요즘 시장에 수박이 많이 보인다. 삼사월에 많이 나오다 우기에 안나왔는데 요즘 또 수박이 나온다. 이모작 삼모작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주변에 수박을 기르기 좋은 땅이 있는 줄 알았다. 어느날 우연히 수박밭을 봤다. 강가의 모래같은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30센티쯤 될까 흙과 퇴비를 넣고 그곳에 수박모종을 심었다. 그리고 멀리서 물을 길어다 모종에 부어 기른다. 넓은 밭이라 이 일은 완전 노동이었다. 전기도 호스도 없이 양손으로 물통을 나르고 있었다. 아마도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겠다.
내일은 수박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시원하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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