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함께 걸어온 시간
@springfield님이 제게
술.. 주정은 없으시길을 두손모아 빌어봅니다 ㅋㅋㅋ 라는 댓글을 주셨습니다. 대댓글로 제 술 주정에 대한 변명을 달다가 지웠습니다. ㅋㅋㅋㅋ 없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그래서 제 술 주정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다가, 포스팅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주(酒)님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술을 처음 마셔본 건 중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네요. 제사 지내러 외가에 갔을 때, 음복으로 처음 마셨습니다. 그래서 제 첫 술은 막걸리입니다. 소감은 그냥... 맛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ㅋㅋㅋ 물론 따로 사먹을 기회 같은건 없었죠. 그 후로도 1년에 한 번, 음복으로만 마셔봤습니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때 큰외삼촌의 말씀은 '니 나이면 먹어볼만 하다.' 였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그걸 두고 보실 수 있었을까요. 왜 애한테 술을 주냐고 따졌지만 제 기억엔 없는 것일 수도...
고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때쯤부터는 보다 많이 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도, 혹은 집에서도 맥주를 두 세 잔씩 부모님이 주셨습니다. 처음부터 알콜 특유의 쓴 맛에 대한 부담감은 적었어요. 그래서 넙죽 받아마시면서 알콜이 주는 제 몸의 변화를 관찰(...) 했습니다.
학부생 시절에는 동기랑 굳이 술을 마시러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신입생 OT에서 지옥을 봤어요. 네... 떠올리고 싶지 않군요. -ㅅ-; 술이 땡기면 집에서 부모님이랑 마셨습니다. 밖에서 많이 마시지 말고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하셨거든요. 애초에 밖에서 술 사먹을 용돈이 없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ㅋㅋㅋ :) 지금은 친구들이랑 가끔 마시러 다닙니다. 회식 때도 술이 안빠지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 선지국밥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좋아해요. 생각하니까 먹고 싶은데 주변에 가게가 없네요. ㅠ.ㅜ.. 어릴 때 어머니가 가끔 야밤에 절 흔들어 깨울 때가 있었습니다. 무슨 장난이 치고 싶으셨는지... ㅋㅋㅋ 자꾸 노래방을 가자고... 저는 노래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제 발로 노래방을 간 것도 중학생이 된지 꽤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노래방엔 관심이 없었는데, 가끔 선지국밥 먹으러가자고 흔들어 깨우실 때가 있었어요 ㅋㅋㅋ 그 땐 벌떡 일어나서 가자고 오히려 어머니를 보챘습니다. 하필 집 앞에 새벽 3시까지 장사하시는 선지국밥 집이 있었거든요.
외식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선지국밥, 감자탕 같은건 당연하고 매운탕도 먹으러 가자고 했었으니... 초등학생이... ㅋㅋㅋ 동네에서 자주 뵙는 할머니들께서는 '저거 술국은 다 좋아하는거보니 크면 초빼이(술꾼) 되겠다.' 라는 말을 가끔 하셨습니다. -ㅅ-;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술 찾으러 백화점 순회도 하는 지금의 절 보면요. ㅋㅋㅋ
제가 술을 막 알기 시작했을 때 신기했던건, 부모님이 술을 못하시는거였어요. 어머니 같은 경우엔 맥주 한 잔만 드셔도 얼굴이 새빨개지시거든요. 아버지도 크게 차이가 없었어요. 근데 전 지금도 술을 얼마나 먹어도 얼굴 색이 안변합니다. 만약 필름이 끊긴 채로 자리에 계속 있어도 외형적으로 티가 안나니 위험하죠 ㅠ.ㅜ... 어떻게 부모님들이 술을 못하시는데 나는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몇 년이 지나서야 풀렸습니다.
외가의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적에 양조장을 운영하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술 석 말은 못지고 가도 마시고 갈 수는 있다.' 라고 말씀하실 정도의 술꾼이셨다고 알려주시더군요... -_-; 본가의 할아버지의 애주 성향과 주량도 별 다를 바 없었다 합니다. 격세유전이었던거죠 ㅋㅋㅋㅋ 한 대를 뛰어넘고 제가 그 분들을 닮았던거였어요. 허허.
그래도 부모님들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던 탓인지, 몸은 쉽게 망가집니다. 알콜에 정신이 잘 버틸 수 있는거지 해독까지는 잘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양을 마시는건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술을 소량으로! 이게 제가 주당으로써의 마음가짐입니다. :)
아, 이 포스트는 '술 주정'으로 시작된 것이었죠. 몇 년 간 직접 관찰하고 주변인들의 목격담을 모아 행동 패턴이 대부분 밝혀졌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같이 술 먹는 멤버(?)들에게는 이야기를 다 해두어서, 제가 조만간 죽을 것같으면 대처해줍니다. (...) 제가 친구들에게 알려준 술 취한 저의 취급 방법을 각색해서 써볼게요 ㅋㅋ :)
[ 기본 취급 방법 ]
술 자리가 끝나면 알아서 집에 가서 잠드니까 술 자리를 깨주세요. 그 전엔 집에 가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습니다. 길에서 헤어지면 자기 집을 찾아가고, 만약 술자리가 너희 집이면 거기서 잡니다. 침대를 내놓으세요.
[ 판별법 ]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대화에 잘 끼지 않고 안주와 술만 먹고 있으면 1단계입니다. 괜찮습니다. 말 걸면 대답해줍니다. 돼지가 되지 않도록 안주를 그만 만들고, 그만 주문하세요. 눈 앞에 있으면 다 먹습니다. 계속 먹습니다. 진짜로. 대부분 여기서 끝납니다.
같은 말을 두 세번씩 하거든 술자리를 끝내주세요. 술 자리가 끝날 때까지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의 쓸데없는 노력을 끝내주시고, 편안해지도록 유도해주신 후에 너희들은 알아서 딴 데가서 계속 마시던지 말던지 하세요.
이 자는 도수에 상관없이 술이라 인식하는 것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술 취했냐?'는 질문에 '취했다.' 라고 답합니다. '술 취했냐?'는 질문에 '안취했다.' 라고 말하면... 곧장 소화제와 술 깨는 약을 먹이고 침대로 보내주세요. 답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끝났습니다. 길바닥에 버리고 갈게 아니라면 너네가 제일 고생하게 될 것입니다. 집도 못찾아갈 겁니다. 아마도.
마지막 문단은 추가된지 얼마 안됐습니다. 이번 설에 외가에 가서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 반가워서... -0- 마구 마셨는데, 제가 술을 마시고 처음으로 '안취했다.' 라고 말했다는 어머니의 목격담이 전해져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숙취는 처음이었네요 ㅠ.ㅜ... 아파서 잘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취했다.' 고 답하는건 20살 때부터 였습니다. 아직 제 주량을 모르던 때에, 한 가지 절대적인 신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훅 정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술 취한 사람들 중에 술 취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땡깡 부리는 사람 많잖아요? (....) 저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에 확인되었습니다. 정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면 안취했다고 답한다는 것을... - _-;
어떤가요? 주정이 심한 편이려나요? ;ㅂ;.. 주정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려나요... 아직 집 밖에선 1단계를 넘어본 적이 없긴 합니다. 친구집에선 2단계를 아주 가끔... 보여줍니다. 집에서 마시면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봐요. ㅎㅎ :)
여러분은 어떤 술버릇(?) 을 가지고 계시나요? //ㅂ/ 기억에 남는 재미난 스토리흑역사가 있다면... 포스트 이야기 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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