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사왔던 듀랑스의 필로우퍼퓸을 다 썼다. 이름대로 침구나 베개에 뿌리면 은은한 향으로 숙면을 도와주는 침구전용 향수다. 아로마 테라피 기능이 있다고... 베개에도 향수를 뿌리다니 참 프랑스스럽다고 생각했다.
사올 때만해도 별 생각 없었는데 병이 비니 참 아쉽다. 단순히 향수를 다썼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은 지나간다'는 절대적인 명제를 다시금 깨닫게 되어서. 좋았던 시간도, 악몽 같던 시간도 결국 삶의 퇴적물이 된다는 사실은 나를 늘 슬프게 만든다. 그래서 억지로, 때때로는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잊는다. 그러나 이런 순간은 결국 찾아온다. 나는 텅 빈 병을 바라보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필로우퍼퓸을 알게 된 삶과 몰랐던 삶은 분명 다르다. 한국에도 듀랑스가 들어오긴 했는데 이곳에서 사고 싶지는 않다. 이 향수의 기억과 의미가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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